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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nA

에렌의 땅울림 결정은 그의 본성인가? :: 진격의 거인 분석

by 니디24 2025. 4. 5.

"에렌이 땅울림을 일으킨 것이 과거의 사건과 조작된 기억 때문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의 본성이었을 가능성은 없을까?" 이 질문은 에렌이 '진정한 자유를 원한 인물'인지, 아니면 '주어진 길을 따라간 꼭두각시'인지를 탐구하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에렌

자유를 꿈꾸는 에렌

에렌은 어린 시절부터 자유를 갈망하던 아이였습니다. 가로막혀 있는 벽을 보면서 그 너머의 바다와 세계를 꿈꿔왔던 에렌은 벽 밖의 세계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누구보다 강했습니다. 하지만 히스토리아와의 접촉 이후, 시조의 힘으로 바깥 세계의 진실을 마주하고 크게 실망합니다.

에렌이 실망한 이유

에렌은 무엇에 실망했을까요? 그가 실망했던 것은 인간이란 존재는 벽을 허물어 바깥세계로 나가게 되더라도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벽 안에서와 똑같이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는 존재라는 사실에 실망합니다. 에렌은 벽 속이 감옥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을 알고 보니 사실은 이 세상 자체가 감옥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땅을 평평하게 해버리고 싶다고 한 이유

  • 에렌은 벽 밖의 세계에 대해 실망했기 때문에 세계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됩니다.
  • 에렌이 생각하는 자유는 벽 밖의 사람들과 벽 안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방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벽 밖의 세상이 우리를 가로막는 적이라면, 우리의 자유를 방해하는 적이라면 완전히 초기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결국 에렌은 땅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땅울림을 실행합니다.

에렌의 선택에 대한 두가지 해석

에렌은 벽 밖의 인류를 학살하려는 매우 비인간적인 선택를 합니다. 에렌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 크게 두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벽 안의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악마가 되야 한다는 해석과 사실 땅울림은 애초부터 에렌이 하고싶었던 일이었다는 해석입니다.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에렌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첫번째 해석에 의하면 어쩔 수 없이 악마가 되야 했던 선량한 에렌이지만, 두번째 해석에 의하면 애초에 에렌이 그런 악마성을 타고났다는 의미가 됩니다. 두번째 해석이 흥미로운 지점은 에렌이 인류를 학살하는 운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자유의지로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 에렌이 땅울림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그의 본성’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 과거를 조작한 것은 맞지만, 애초에 그는 그럴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조작을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 즉, 미래를 본 것이 땅울림의 원인이 아니라, 에렌이 처음부터 그런 성향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그 미래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굳이 땅울림이었어야 했을까?

에렌이 땅울림을 하지 않고도 자유를 추구할 방법이 있었을까요? 정말로 벽 밖의 모든 인간을 없애야만 했을까요? 이 부분은 사실 뚜렷하게 말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원래 자신도 자기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며 인간이 항상 한가지 선택을 고집할 만큼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에렌이 자유로운 존재라면 처음부터 땅울림을 선택하려 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학살하는 동안 어린 에렌이 두 팔을 벌리고 자유를 느끼는 장면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침내 자신이 그리고 꿈꿔왔던 그림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선택

에렌의 선택으로 인해 인류의 대부분이 학살당하는 끔찍한 일이 자행되었습니다. 결과로 보면 희대의 악마이자 살인마입니다. 하지만 미카사와 아르민을 포함한 조사병단 동료들은 그가 선량하고 무고한 사람을 위해 자기 목숨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정의로운 사람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정의로운 에렌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에렌이 받은 형벌

에렌은 적을 죽이는 동안에는 공감대가 결여된 채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을 죽이던 지크와는 달랐습니다. 시조의 힘으로 자신이 학살하는 사람들의 찢겨지는 고통과 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괴로워했습니다. 땅울림을 수행하는 거인이 모두 눈을 감고 있는것은 이처럼 괴로운 에렌의 얼굴을 대변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또한 애니에서는 에렌은 땅울림을 실행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며 울부짖는 씬이 있습니다. 이는 학살당하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에렌의 또다른 진심입니다. 땅울림을 원하는 에렌의 마음을 생각하면 이 감정은 분명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두가지 마음 다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에렌은 정말로 ‘잔혹한 이 세상을 파괴하고 싶었던 자신’과 동시에, ‘평범하고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을 미안해 하는 자신’ 사이에 끼어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살육자가 되어줘서 고마워

아르민이 에렌에게 “살육자가 되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한 의미는 단순한 감정적 표현이 아니라, 작품의 핵심 메시지와 철학을 포함한 중요한 대사입니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몇 가지 개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필연적인 희생양

먼저, ‘살육자(虐殺者, Mass Slayer)’라는 단어는 단순히 대량학살을 저지른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전 인류의 적’이 되어 역사의 방향을 바꾼 희생양이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에렌은 스스로 ‘세계의 악’이 됨으로써,
  • 모든 증오와 복수의 감정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 나머지 생존자들이 ‘공통의 적’을 통해 단결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즉, 그는 전 세계를 상대로 ‘악마’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며, 이는 단순한 살육을 넘어선 역사적 역할을 수행한 것입니다.

2️⃣ 기시모토 르네의 ‘희생양 메커니즘’ 

이러한 개념은 프랑스 철학자 기시모토 르네(René Girard)의 ‘희생양 메커니즘(Scapegoat Mechanism)’과 일맥상통합니다. 르네 기시모토의 이론에 따르면 공동체는 갈등과 폭력을 줄이기 위해 희생양을 설정하고, 그 희생양을 처벌함으로써 사회적 안정을 얻게됩니다. 이를 ‘진격의 거인’의 세계관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거인과 인류의 대립 → 마레와 엘디아 간의 증오가 폭발 직전까지 고조됨.
  • 에렌의 땅울림 실행 → 세계의 모든 인류가 ‘공통의 적’을 인식하게 됨.
  • 세계의 적이 된 에렌의 패배 → 전 세계가 에렌을 처형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하고 연합 가능성이 열림.

즉, 에렌이 스스로 ‘희생양’이 되어 증오를 집중시키지 않았다면, 땅울림 이후에도 남은 인류는 끝없는 보복 전쟁을 벌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아르민이 말한 ‘살육자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의미는, 에렌이 세계를 위해 증오의 중심이 되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너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너의 희생이 없었다면 끝없는 전쟁과 증오의 악순환이 이어졌을 것이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에렌은 모든 증오를 짊어지고 세계의 구원자이자 살육자가 되었습니다. 아르민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 누구보다 끔찍한 길을 걸어야 했던 에렌에게 고맙다고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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